“명품 그림과 시가 어우러진 화집같은 그림책”
화가 박인경의 그림에는 조금도 자연 아닌 것이 들어 있지 않다. 먹을 근간으로 펼치는 셰이드와 톤의 향연은 모두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다. 그래서 그녀의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우리가 자연으로 부터 얻은 기억 속의 추상적 이미지 아카이브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그런 일이 된다. 화가 박인경의 그림은 경치 혹은 풍경 이상의 자연 그 자체로 다가온다. 그녀가 그리려고 한 것은 오직 자연이 펼쳐 주고 전하는 그 자체의 추상적 메세지이기 때문이다. 속임수가 없고 정직하며 따뜻하고 예측 가능하다가도 때론 예측할 수 없이 변화무쌍한 자연이란 그 안정감의 총화 그 자체를 화폭에 담는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자연 그 자체를 그리는 것과는 다른 작업이다. 먹과 물의 만남은 자연 속 창조의 가장 근원적인 원료의 만남이며, 그린다는 행위는 붓으로 바람과 공기의 흐름을 담아, 빛이 가득한 종이에 펼치는 일이다. 그림 자체가 자연인 그런 상태로, 인간적인 면모라 할 수 있는 여러 감성적 울림마저도 인위적으로 그림에 개입하는 것을 허락치 않을 만큼의 관찰과 몰입으로부터 나온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붓질이 남긴 흔적들이다. 그래서 그 속엔 빛이 있다. 그리고 그 속에 흐르는 바람과 맺히고 흩어지는 물이 있다. 박인경 화백의 그림은 추상적 이미지이면서 그 자체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매우 사실적인 이미지라 할 수 있다. 이 책은 그녀의 작품을 감상함에 더해 그녀 자신이 그림이 되어 또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림 속에서 이야기하듯 구성되었다. 화가이지만 그녀는 자연의 일부이다. 또 그림 속에 살고 있다.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펼치며 우리가 잘 아는 그 위대한 자연을 떠올려 볼 수 있고, 동시에 자연과 그림 속에서 그 둘을 온전하게 맺어주려한 한 화가의 진실한 목소리를 이야기 삼아 들을 수 있다. 그리고 이런 멋진 일은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똑같이 일어나는 일이라 이 책을 ‘어린이 미술관’ 범주에서 소개하는 이유이다.